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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시댁 벨소리 XX곡으로 해 놓은 아내 - 2부

 

시댁 벨소리 XX곡으로 해 놓은 아내 - 2부

시댁 벨소리 XX곡으로 해 놓은 아내 - 1부 바로가기

 

 

 

남편의 의견에 대해서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시 한 번 생각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아내의 사연...

 

안녕하세요.

남편이 계속 비아냥 거리면서 니가 한 짓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짓인지 아냐

내가 내 얼굴 깎아 먹기 같아서 어디에다 말도 못하고

안내고 얌전히 알려줄 때 잘못한거 깨달아야 하는거 아니냔 식으로 이야기 해서

아 그러면 얼굴 깎일일 없게 익명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하면서

제가 먼저 아이디 빌려줬습니다.

 

올리자마자 갑자기 엄청 현타 온 것 처럼

너 욕 많이 먹을 것 같다. 네가 뭘 모르고 철 없어서 한 행동에

내가 똑같이 철없이 대응하는 것 같아서 급 후회가 되네 이러더라구요?ㅋ

그래서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들으면 나도 반성의 기회가 되겠지?^^ 라고 했고

남편한테 말 안하고 비밀번호를 바꿔버렸습니다.^^

 

 

 

당연히 어저께 하루 종일 이거 왜 로그인이 안되냐면서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비밀번호 찾기 해야 한다며 제 핸드폰으로 인증번호 온거

알려달라고 하는데 제가 핸드폰을 숨겨버렸어요.^^ 장판이라도 뜯을 기세더라구요.

세상 둘도 없는 효잔에 자기 부모 욕 먹이는 글을 스스로 올린 셈이니

얼마나 가슴이 애이겠습니까..ㅠ 아이고 가엾어라.

 

이 글도 남편이 곧 보겠죠. 그래서 일부러 단어를 골라서 꼭 열받으라고 하는 말인데

제발 이 단어에 꽂혀서 나한테 먼저 사네마네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시어머니, 당신 엄마, 엄청 교활해. 아주 교활한 어른이야. 진짜 둘도 없이 교활해.

 

제 친정엄마는 남편 만나기 1년 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급성 질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결혼한지 11개월째고, 매주 적으면 1번 많으면 3번씩

업무시간이고 샤워중이고 간에 받을때까지 최대 17번을 전화하시는

시어머니를 견디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도 기억할 겁니다.

신혼 초에 업무 시간에 부재중이 3분 간격으로 8통이 와 있었고

시어머니는 타임라인상 1통 부재중 전화 남긴 시점에 남편한테 전화해서

며느리 일 방해해서 미움살까 걱정하며

눈치보는 시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하신 후에

나머지 7통을 저한테 거셨습니다.

진짜 받을 때까지 하신거죠...

 

용건은 티비에 화분이 면역력에 좋다는 내용이 나왔다며

자기는 인터넷 검색 같은걸 잘 할 줄 모르니

저보고 알아보고 시댁것, 남편 먹일 것 사라는 거..

그 날 집에가서 너무 충격적인 마음에

남편에게 핸드폰 통화 내역을 보여주며

어머니가 나한테 받을때까지 8통이나 전화를 하셨다고 알렸습니다.

 

 

 

남편은 의아했겠죠.

울 엄마는 한통하고 더 한적 없다 그랬는데..?

 

시어머니한테 그 자리에서 전화해서

화분 사는게 뭐 그렇게 급한일이길래

8통이나 했느냐고 남편이 물어봤는데

8통? 그럴리가 난 딱 한통하고~

그 다음은 며느리가 한시간 정도 있다가 전화온거 받았는데?

 

잠깐만~ 통화 내역 좀 보고~

어머어머, 핸드폰이 왜 이래?

아이고... 잘못 눌려서 계속 전화가 갔었는가봐.

거기다 내 핸드폰이 요즘 바꿀때가 됐는지 이상해~

어머 어뜩해~ 주책맞아 보였겠다 그치ㅠ

 

 

 

.... 진짜... 아... 소름 돋더라구요.

 

분명 마지막 전화 올때 제가 받으니까.

이번 것 까지 안받았으면 엄마가 좀 화날 뻔 했다.

라는게 첫 마디였거든요.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 있는데 또 시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으니 하시는 말씀은...

엄연히 웃어른 건강과 남편 건강 같은건 집에서 여자가 챙겨야 할

부분이고, 그 부분 네가 친정엄마가 없어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으니

당신께서 가르쳐 주려고 전화한건데,

부재중 몇통 남겼기로서니 그걸 신랑한테 알리냐구요.

그런건 "교활한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처신을 잘해야지 않겠냐"라고 하셨습니다.ㅎ

 

 

 

그 말 듣고도 왜 맞받아치지 못했냐구요?

첫번째는 저희 다 키워놓고 돌아가신 엄마,

그저 시어머니만큼 오래 못 사셨단 이유로

딸한테 가르쳐줄 것도 못 가르치고 가신 분 만들기 싫어서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두번째는 엄마 돌아가시고 그나마 오빠가 결혼해 낳은 조카와

제 결혼으로 슬픔 겨우 털으신

아버지 가슴에 못 박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전 정말 누가 싫으면 똑같이 ㅈㄹ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손절해 버리죠.

근데 이땐 몰랐어요.

남편을 갔다 버리지 않는 한

시어머니는 제가 원한다고 손절되는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이 날 이후로 시어머니한테 업무중에 전화 오면 우선 안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톡을 남겼죠.

업무 중이니 제가 몇시에 전화 드리겠다고.

그러면 시어머니는 체감상

한달에 한번 정도 남편한테 며느리 전화 안받아서

방해했을까봐 걱정하는 눈치밥 먹는 시어머니 행세를 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그동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톡 남긴걸 모두 신랑한테 보여줬지만

당장 판에 글 쓴게 지워지지 않고 자기 엄마는 계속 욕 먹고 있다는거에 눈이 뒤집혀

제가 보여주는건 보이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에요.

 

그래도 벨소리 장송곡으로 바꿀 생각 까지는 안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초에 결혼하고 첫 시아버지 생신이라 생일상을 차려 드렸는데

잡채, LA갈비, 모듬전, 소고기 미역국, 탕평채 해서

상 차리고 모두 둘러 앉아 먹으려는 찰나

 

 

 

"네 시아버지는 소고기 미역국보다

홍합 들어간 미역국을 더 좋아하시는데 물어보질 그랬니.

편할대로 차리면 그걸 생일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안사돈이 안계셔서 너한테

이런 사소한것까지 알려줄 어른이 없었으니 이번 건 실수로 넘기고, 네가 차린 정성이 있으니

오늘은 맛있게 먹도록 할게. 고맙다 울 며느리."

... 제가 정말 토씨도 안빠지고 다 기억합니다.

 

중간에 시아버지가 난 소고기도 좋은데 라고 하셨지만 안들리시는 듯 저 말 다 하셨구요.

말미를 제 정성을 논하시며 고맙다로 마무리 하시며 교활함이 뭔지 몸소 시연하시니

거기다 대고 먹기 싫음 안드시면 됩니다. 라며 자리 박차고 일어나게 되면

저만 이상한 사람 되게 만들어 놓으시더라구요. 

 

그날 남편이며 시동생이며 아주 맛나게 먹었다며 고마워 여보, 고마워 형수 이러는데

마치 이 집안 남자들은 다 내꺼야. 너 따위가 발버둥쳐봤자 네 편은 없어라는 식의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어머니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 집안에서 버틸수 있을까.. 그냥 이혼하고 내 삶 찾을까

그러면 저 교활한 시어머니가 이긴것이 되겠지, 그냥 나나 돌보며 살면 편할텐데

거의 1년을 이렇게 당하고 나니 오기가 올라 이렇게는 못그만두겠다.

그러니 우선 내 맘부터 다잡고, 이 집에서 나는 나대로 살면서 날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자.

여기에 생각이 미치고 나서 제일 처음했던게 장송곡으로 벨소리 해둔거였습니다.

베르디의 레퀴엠 중에 진노의 날 로요.ㅋ

웃기죠.. 유치하고.. 그래도 제 기분은 좀 나아지던데요.

근데 시어머니 얼른 별세하시라고 이 곡 고른게 아니라 '진노의 날' 이라서 고른겁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이 벨소리 울리면 그냥 전화 안받았습니다.

콜백하겠다고 문자도 안남겨 놨어요... 아.. 콜백이란 말도 참 웃기네요... 전용 콜센턴가..

문자, 전화 다 씹었지만 차단은 안했어요. 제가 씹는 동안 약올라할 시모 상상하는게 좋아서요.

그러다 며칠전에는 집에 있을때 벨이 울려서 신랑도 있으니 받았구요.

그래서 제 시댁 벨소리가 장송곡으로 바뀐걸 신랑도 알게 된겁니다.

저희 둘이 집에 있을 것 같은 시간엔 전화 절대 안하다가

하도 제가 안받으니까 시어머니 당신께서도 열 받으신 거겠죠.

네, 어머니. 집입니다. 남편도 같이 있어요. 바꿔 드려요? 했더니

어 그래, 해보자는 거지? 하고 뚝 끊으시던데...ㅋ 그것도 녹음됐는데

신랑 좀 진정하면 이것도 들려주려구요. 해보죠 진짜로.

 

아, 이번 일로 신랑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은.. 한.. 15% 정도구요.

기대한다기 보다 희망하는거죠... 결국 집안 다 뒤집어 엎고 나면

신랑이 나랑 살지 지 엄마랑 살지 정하게 되겠죠.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길래 전화를 안받느냐.. 했는데

그 별로 대단치도 않은 일 내가 해줘서 대학원 나와서 취직도 못하던 6월에서 10월

먹고 살았다는건 남편이 기억 못하는 모양입니다.

근데 원래... 대학원에서 일하던건 실업급여도 안주는 모양이에요?ㅎ

물론 지금은 다행히 취직은 잘 됐는데요,

취직 하자마자 제 일이 대단치도 않은 일이 되리라 상상은 못했네요.

 

 

 

쓰다보니.... 넋두리가 됐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다들 감사하고

제가 하고자 했으나 때를 기다리느라 퀴퀴한 냄새 풍기며 썩어가던 마음..

대신 말해주셔서 다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지금은... 남편을 사랑합네 어쩌네와 별개로

그 교활한 시어머니 제 발등 찍는 꼴은 꼭 보고 싶다로 수개월 살아왔어서

남편이랑 앞으로 살거다 말꺼다까진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부분은 정말 깊게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장송곡 ㅋㅋ 제목은 진노의 날이네요.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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